미드나잇 인 파리의 모든 것

"미드나잇 인 파리"가 한국에 드디어 개봉을 했다. 작년 여름에 미국에서 이 영화를 봤을때, 한국에서도 좋아할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왜 개봉이 늦었을까? 수입가가 높았나? 아무튼 뒤늦게라도 한국 관객들이 좋아한다는 생각에 기쁘다. 80이 가까운 우디 알렌의 최고 흥행작이라는 사실도 참 부럽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보면, 많은 분들이 20년대의 파리를 가보고 싶다고 하는데, 막상, 영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보며, 솔직히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게 부끄러운 건 아니다. 이러면서 배우는 거 아닐까? 다행히, 미국 사이트 중에 등장인물들을 잘 정리해놓은 사이트가 있는데, 이왕이면 번역이 되어 있으면 아쉬움을 갖는 이들이 있어, 메츠 경기 기다리는 동안, 내가 하기로 했다. 그만큼, 다수가 우디 알렌을 새로 발견하거나 재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

http://www.theatlantic.com/entertainment/archive/2011/06/hemingway-said-what-a-cultural-cheat-sheet-for-midnight-in-paris/240198/#slide1

다음 글은 위의 글을 번역한 것이다.

1. 거르투드 스타인의 살롱

거르투드 스타인. 작가이자, 문학의 중재자. 영화 속에서, 헤밍웨이가 길의 소설을 그녀에게 보내 평가하게 한다.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건, 그녀는 미술품 수집을 한다. 그녀의 오빠 레오가 도와줘서 피카소, 세잔느, 르느와르, 마티스 등의 콜렉션을 모은다. 1968년엔 뉴욕타임즈가 그녀의 살롱을 첫번째 현대미술관이라고 불렀다. 영화 속에서 마티스가 살롱에 와서, 몇 작품을 몇백 프랑에 팔려고 하는데, 그의 가치를 아는 길도 그의 작품을 사려고 한다.

2. 허클베리 핀

헤밍웨이와 길이 처음 만났을때, 헤밍웨이는 길에게 마크 트웨인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 길의 대답은 "허클베리 핀은 현대 미국 문학의 시초라고 본다"이다. 실제로, 헤밍웨이가 1935년에 출간한 회고록 "아프리카의 초록 언덕"에서 이 말을 했었다.

3. 콜 포터

길이 20년대에 처음 찾아갔을때, 콜 포터가 "Let's Do It"을 부르며 연주하고 있다. 이 노래 자체에 많은 이중적 의미가 있다. "Birds and bees do it" (새와 벌들도 한다) - 이 노래는 다이아나 로스, 알라니스 모리세트 등 다른 가수들도 녹음을 했다. 콜 포터가 인디아나 주에서 프랑스로 1917년에 이주했는데, 1928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위해 쓴 곡이다. 뮤지컬 제목? 파리.

4. 피카소의 연인들

영화 속에서 우리는 파블로 피카소의 연인들 중 오직 한명만 만나는데, 그녀는 가상의 인물이다. "아드리아나"는 이미 모딜리아니와 브라크와도 만난 설정이고, 헤밍웨이의 관심을 끈다. 하지만 피카소에겐 다른 연인들이 있었다. 1918년에 결혼한 러시아 발레리나가 있었고, 9년 후에는 17살짜리 애인이, 30년대와 40년대에는 화가/사진작가 도라 마르가 있었다. 그 이후 피카소는 40살 연하의 학생과 만났고, 그리고, 44살 연하의 애인도 사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클린 로크가 있는데, 그녀가 그의 마지막 연인이었다.

5. 어네스트, 젤다, 스콧

영화 초반부에 헤밍웨이와 피츠제랄드 부부의 긴장감을 엿보게 되는데, 젤다는 헤밍웨이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헤밍웨이는 스콧이 젤다를 만나는 걸 탐탁치 않게 생각했고. 헤밍웨이를 존경한 스콧 입장에선 갈등이 생긴것이다. 이 상황은 실제다. 헤밍웨이의 책 <움직이는 축제>에서, 젤다가 스콧에게 남자답지 않다고 나무라는 사건을 잔인할 정도로 자세히 적었다. 후에, 헤밍웨이는 스콧을 달래야 했다고 한다.

6. 젤다 피츠제랄드

피츠제랄드 부부는 그들이 주최하는 파티로도 유명했는데, 영화 속에서도 놀이동산에서 파티를 연다. 영화 속에서 젤다가 센느강변에서 투신을 하려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이런 사건이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수면제 과다복용 사건은 있었다. 이 장면에서 길이 젤다에게 스콧이 그녀를 무척 사랑했다고 말하는데, 이는 사실이다. 헤밍웨이는 그들이 헤어지길 바랬다. 스콧의 젤다에 대한 사랑이 그의 창작활동에 방해가 된다고 믿었다.

7. 만레이

길이 시간여행을 했다는 걸 설명해도 그렇게 놀라지 않는 아티스트가 만레이다. 유태계 미국인인 그는 화가이자, 사진작가이며, 파리에서 주로 활동을 했다. 영화 속에서 그는 살바도르 달리와 루이스 브뉘엘과 같이 자리를 하는데, 다들 초현실주의자로 알려진 인물이라, 길의 시간여행 얘기를 들어도 놀라지 않는다.

8. 폴리도

6번구역의 지성인들의 아지트였던 폴리도는 1845년에 오픈했는데, 20세기 초에 크림 디저트를 팔기 시작하면서 Cremerie-Restaurant Polidor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제임스 조이스, 잭 케루악 등이 단골로 유명해졌고, 영화 속에선 길이 또다른 단골인 헤밍웨이를 처음 만난다.

9. 쥬나 반스

길이 찰스턴 춤을 같이 추는 미국 작가. 파리에 거주하는 미국 작가들과 예술가들에 대한 기사를 쓰려 왔다가 그녀도 파리에 머물게 된다.

10. 프루프록은 내 기도문과 같아요!

마지막으로 푸조 차 안에서 길이 만나는 사람은 톰 엘리엇. 시인 T.S.엘리엇으로 더 알려진 인물. 길이 그를 보자 외친다. "프루프록은 내 주문과 같아요!" 그는 J.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를 말하는 거다. 엘리엇의 걸작으로 더 알려진 "황무지"는 산스크릿 단어 "샨티, 샨티, 샨티"로 끝나는데, 이는 평화 주문의 앞뒤에 나오는 단어다.

11. 루이스 브뉘엘


달리와 만레이를 만나는 자리에 같이 나온 스페인 영화감독 루이스 브뉘엘. 나중에 칵테일 파티에서 만날때 영화 아이디어를 전달한다. 여러명이 저녁을 같이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들이 자리를 뜰 수 없다. 이 얘길 들은 브뉘엘은 묻는다. "왜 문으로 나가지 않느냐?" 물론 수십년 후, 브뉘엘은 <절멸의 천사>라는 영화를 만드는데, 바로 그 내용이다.

12. 후안 벨몬테

벨몬테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페인 투우사. 헤밍웨이의 친구이기도 했는데, 그가 벨몬테를 길에게 소개시켜 준다. 그는 또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오후의 죽음>의 인물로도 등장한다. 그는 헤밍웨이처럼 총으로 자살을 한다.

13. 윌리엄 포크너와 시간의 유연함

이네즈와 길이 헤어지려 할때, 그녀는 그에게 과거에 살지 말라고 얘기한다. 그러자 길은 포크너의 문구를 인용한다. "과거는 죽지 않았다. 실은 과거도 아니다." 포크너는 피츠제랄드나 헤밍웨이처럼 잃어버린 세대 작가는 아니지만, 첫 소설을 완성하고 난 뒤, 1925년에 파리를 방문했다. 길이 인용한 문구는 <수녀의 진혼곡>을 살짝 변형한 건데, 시간의 유연함(우리는 어떤 시간에 사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는)에 대한 언급이다.

14. 맥심

로얄가에 위치한 맥심은 19세기 말 벨에포크 시절의 문화적, 사교적 중심지였다. 레스토랑의 두번째 주인인 유진 꼬르뉴쉬가 진정한 아르누보의 걸작으로 만들어놨다. 이 당시 마르셀 프루스트나 조르쥬 페이도 등이 즐겨 찾던 곳. 영화 속에서 파티를 주최하는 장 콕토가 맥심의 여인들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벨벳과 레이스, 리본, 다이아먼드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많은 장식들이 다 모인 곳이다. 그들의 옷을 벗기려는 건 3주전에 통보해야 하는 소풍과도 같은 것이다." 맥심은 50년대 다시 전성기를 누렸는데, 70년대에는 브리짓 바르도가 맨발로 들어오려 해서 유명하기도 했었다.

15. 벨에포크

1800년대 말은 유럽이 경제적으로 번영을 누렸고, 미국도 황금기였다. 지성인들에게도 전성기였고, 미술에선 인상파들과 후기 인상파 시대였고, 영화 속에선 고갱, 드가, 로트렉 등이 길과 아드리아나를 만난다. 그들은 진정한 황금기가 르네상스라고 말하는데, 실제로, 드가는 젊은 시절, 이태리 르네상스 그림들을 베끼곤 했다.

16. 브릭탑

길이 피츠제랄드 부부를 만나고 나서, 젤다가 지루하다고 말하면서, "브릭탑에 가자"라고 한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조그만 클럽에 가는데, 흑인들이 주로 즐겨찾던 Chez Bricktop 클럽이다. 주인은 아다 "브릭탑" 스미스. 스미스는 보드빌 배우이며 엔터테이너였는데, 콜 포터가 종종 자기의 파티에 그녀를 고용했다. 처음으로 그녀를 봤을때, "다리를 봐! 다리를!"라고 외쳤다. 영화 속에서는 조세핀 베이커가 춤을 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 사워크라우트, 소시지, 조이스

영화 초반부에 길은 폴과 캐롤과 만나려는 걸 피하려하며, 자신의 교수가 제임스 조이스가 소시지와 사워크라우트 먹는 걸 봤다는 브라스리 립 식당에 예약을 했다고 말하는데, 이 디테일은 큰 의미가 없다. 조이스가 파리에 살기는 했지만, 그가 아일랜드인이라는 점 외엔, 그가 소시지와 사워크라우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 길이 약혼녀 이네즈에게 말하듯, 이건 스토리가 아니다. 그저 디테일뿐.

18. 달리와 코뿔소

폴리도에서, 헤밍웨이가 길을 달리에게 소개하는데, 달리는 길을 보고, 코뿔소가 연상된다고 말한다. 길이 처음은 아니다. 달리는 코뿔소에 빠져 있는데, 코뿔소 뿔을 대수 나선형으로 그리기도 했다.

19. 시드니 베셋

영화에 자주 나오는 재즈 음악이 있는데, 시드니 베셋의 "Si Tu Vois Ma Mere"이다. 재즈 솔로이스트인 그는 클라리넷과 색소폰을 연주했는데, 뉴올리언스 출신. 20년대 중반 조세핀 베이커와 공연하러 왔다가 파리에 머물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파리에서의 삶은 굴욕적으로 끝났다. 다른 음악인과 다투다가, 지나가던 여인이 총상을 입어 감옥에서 보내다 추방되었다.

20. 목욕하는 사람

길이 거트루드 스타인의 살롱에 처음 갈 때, 스타인과 피카소가 그의 그림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누는데, 스타인은 오직 그의 성적 갈망만 보인다고 한다. 그는 그의 모델 아드리아나의 미묘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거라 주장한다. 실제 그 그림은 1928년 그가 그린 <목욕하는 사람>이다.



댓글

  1. 재미있었습니다. 이 글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봤어야하는데...
    그러나 화면에서 당시의 실제인물들을 가늠해보던 흥분과 스릴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우디 알렌의 센스 속에서 얼마나 즐거웠었는지......
    저는 브라질에 사는 교포이고 위대한 개츠비, 노인과 바다, 생쥐와 인간, 세일즈맨의 죽음 등(물론 번역본)을 강의하고 있는 국제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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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감사합니다. 이제 이 글 읽으셨으니 다시 한번 보시면 되겠네요. ㅎㅎ 브라질... 참 가보고 싶은 나라인데, 멀게만 느껴지네요. 그래도 빠른 시일 내에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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