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09의 게시물 표시

마더

간만에 좋은 영화 보았다. 봉준호 감독은 이제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사이고 좋은 동생으로 생각하지만, 그의 영화세계를 존경한다. 지난주 목요일, 감독조합의 초청으로 마더의 VIP 시사회에 참석했다. 역시 "핫"한 디렉터의 영화답게, 북적거렸다. 3년전, 괴물의 시사회때도, 내노라하는 영화계 인물들을 보면서, 역시 대박터질 영화에는 VIP들이 몰리구나 생각했었는데, 이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날 시사회끝나고 뒷풀이 가서, 주책없이 끝까지 남아 새벽 - 아니 아침까지 술을 마셨고, 그리고 나서 7시에 트위터에 "one of the best Korean films in a recent memory"라고 글을 남겼는데, 맨정신인 지금에도 그입장은 변함이 없다. 겉으로는 살인의 추억에 가까우나, 감성적으로는 페드로 알모도바르나 더글라스 서크에 가깝다. 게다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직접적으로 다룬 드문 한국영화이다. 분명 대중성은 봉감독의 전작에 살짝 떨어지는듯 하지만, 분명 성숙함이 깃들어있다. 다음 작품이 설국열차라고 하지만, 솔직히 나는 마더의 연장 선상에 있는 영화를 곧 보고싶다. 재미난 건, 한국 최고흥행을 한 봉감독도, 이번 영화 흥행에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고, 영화만든다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다시 느낀다.

41세의 시작

어제 생일을 맞았다. 불과 2년전만 하더라도, 생일파티를 근사하게 해볼까 하고 생각했지만, 이젠 귀찮은 건지, 아니면 철이 든건지,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암튼, 부모님과, 여동생 내외, 그리고 조카와 같이 간소하게 하지만, 의미있는 생일을 보냈다. 만으로 41살. 흠... 41 years old가 아니라, 41 years young의 태도로 에너지 넘치게 지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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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어린이날... 혼자서 시네마테크에 가서 닥터 지바고를 봤다. 고등학교였나? TV에서 방영한 걸 처음 보고, 줄리 크리스티한테 푹 빠진 게 엇그제 같았는데, 이제 불혹의 나이에 큰 스크린으로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CG가 없었던 시절에 실제로 수천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하고, 영화 만드는 방식이 달랐던 시절. 싸이월드다 문자다, 페이스북이다 하는 시절에 40여년전 영화를 보는 느낌은 참 묘하다. 뭔가 구식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영원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영화 속의 감성. 데이빗 린 감독 영화속에 항상 들어있는 주제가 있다. 인간의 존엄성 혹은 품위. Decency라는 영어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데, 그 느낌을 항상 받는다. 시니컬한 세상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decency는 항상 갈구하는 것이다. 빌리 와일더 영화를 보면서도 느끼는 점. 자주 잊고 사는 지점이다. 그것이 내 인생의 목표, 혹은 이정표다. Decency를 갈구하며 사는 것. 지금 데이빗 린 회고전이 조용히 서울아트시네마 에서 진행되고 있다. 5월17일까지.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콰이강의 다리 같은 대작뿐만 아니라, 그의 초기작들도 접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절대 놓치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