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가장 즐겨본 영화 리스트

올해도 변함없이 내가 올해 가장 즐겨본 영화 10편을 뽑았다. 미국과 한국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일부 영화들은 아직 한국 미개봉작들이고, 작년말에 개봉한 영화들을 올초에 봐서 뒤죽박죽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한 해 즐겨본 영화들을 모아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순서를 두었다. 1위에서부터 10위까지. 밑에 내려가면, 그 다음 10작품은 알파벳 순서로 적어보았다. 그리고, 2011년 가장 즐겨본 영화 리스트들을 비교 차 밑에 링크를 걸어두었다.

2011년 가장 즐겨본 영화 리스트

참고로, 올해 한국 개봉한 미드나잇 인 파리는 작년 여름에 미국에서 보고 나서 작년 리스트에 들어가 있다.

다음은 올해 제가 가장 즐겨본 영화 10편과 그 다음 10편입니다.

1.   라이프 오브 파이 (Ang Lee, USA, China, 2012)

나랑 같이 작업을 했던 배우 제프리 라이트가 이안 감독과 작업을 한 이후에 그를 "천사"(angel)이라고 불렀었다. 이안의 영어 스펠링이 Ang Lee이다 보니, 그 이름 안에 앤젤이 있었던 건데, 난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본 이후, 그를 감히 "신"이라 부르기로 했다. 어떻게 인간이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매번 이렇게 다른 영화들을 기가 막히게 만들어낼까? 그의 졸작들은 사실 다른 감독들의 걸작들보다도 더 흥미롭다. 아바타 이후 이런 영화적 3D를 본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아바타 보다 너 진보한 3D 경험.




2.   아무르 (Michael Haneke, Austria, France, Germany, 2012)

난 이 영화를 12월 20일에 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혹시 마야문명이 예견한 것처럼 지구가 멸망한다면, 이게 나의 마지막 영화인게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좋다. 물론 고통스러운 영화다. 더더군다나 아버지의 건강이 말년에 악화되어 가는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에. 물론 영화 속의 조르쥬처럼 항상 그 옆에 있진 않았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하는 이 영화의 용기와 관조는 나를 가슴 아프게 만든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진정한 어른의 영화. 꼭 보시길 바란다.



3.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Asghar Farhadi, Iran, 2011)

작년의 화제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드디어 올 봄에 봤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는데, 평론가들과 아카데미가 모두 일치해서 이렇게 상을 준 적이 별로 없는 듯 하다. 그럴만한 영화다. 변화하는 현대 이란사회를 조명하면서, 인간의 모습은 세상 어디에서나 다 똑같음을 지켜볼 수 있다.



4.   문라이즈 킹덤 (Wes Anderson, USA, 2012)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웨스 앤더슨은 정말 부럽다. 물론 그의 독특한 세계가 점점 더 매력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우디 알렌의 영화들을 보고 늙어가는 세대가 있었다면, 우리는 이제 웨스 앤더슨의 영화들을 보면서 늙어간다고 할까? 생각해보니, 두 감독의 이니셜이 똑같다. W.A. 우연의 일치일까?  1월 한국 개봉으로 알고 있다.




5.   서칭 포 슈가맨 (Malik Bendjelloul, Sweden, UK, 2012)

이 영화의 감독은 우리가 앞으로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로드리게즈의 음악과 인생은 어찌 잊으리라. 무궁무진한 영감을 준 영화. 로드리게즈가 멋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가 멋있는 이유는 그가 가장 깊은 영혼을 지닌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그의 인생은 그 어느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하다. 이 영화보고 나서 로드리게즈 음악을 사지 않은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좀비일 수 있다.



6.   자전거 탄 소년 (Jean-Pierre Dardenne, Luc Dardenne, Belgium, France, Italy, 2011)

오랫동안 명성으로만 익히 들어온 다르덴 형제. 그들의 영화를 올초에 처음 보았다. 역시 그 명성의 진가를 알았다. 무엇보다도 쎄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네오 리얼리즘의 대표작 <자전거 도둑>이 떠올랐고, 누벨바그의 대표작 <400>도 연상이 되었다. 하지만 앙토완 도와넬의 세계엔 나름 유머와 여유가 있지만, 씨릴의 세계는 암울하다. 나중에 보게 된 <비스트 오브 더 서던 와일드>와 유사점을 발견했는데, 둘 다 버림받은 아이의 세계를 그리는데, 하나는 가혹한 현실로 표현하고, 다른 하나는 판타지로 이를 풀어나간다. 둘 다 내 마음을 흔들어버린 영화들이고. 두 아역배우의 연기는 그야말로 최고다.




7.   다크나이트 라이즈 (Christopher Nolan, USA, UK, 2012)

이번 여름에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아이맥스로 4번은 본 것 같다. 볼때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영화적 경험을 했다. 반년이 지나서 든 생각은 이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레미제라블보다 더 나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 앤 해서웨이도 있는데, 캣우먼의 아리아, 괜찮지 않을까? 다크나이트가 키워놓은 기대감에 실망한 이들도 있지만, 내겐 만족스러운 3부작의 종결편이다.




8.   비스트 오브 더 서던 와일드 (Benh Zeitlin, USA 2012)

올해 선댄스의 수확이 바로 이 영화다. 신인감독으로 이런 영화가 나왔다라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그가 다시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이 영화의 반 이상은 당시 6세 아역배우 퀴벤자네 월리스의 열연이 먹고 들어간다. 이 아인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천재인가? 올해 가장 폭발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솔직히 내가 아카데미 회원이라면, 이 아이를 여우주연상으로 뽑겠다. 이 소녀와 85세의 엠마뉴엘 리바 (아무르)가 동시에 후보에 오른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 인 걸까? ^^




9.   아르고 (Ben Affleck, USA, 2012)

벤 애플렉. 솔직히 난 한동안 그를 비웃었다. Gigli라는 영화를 하고 난 뒤에, 그는 한물 간 배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감독을 시작했다고. Gone Baby Gone과 The Town의 평이 좋은 걸 들었을때도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아르고>를 본 순간, 오마이갓! 미안합니다. 그대를 과소평가해서. 이 영화는 7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하는데, 70년대같은 영화 분위기다. 폄하하는게 아니다. 70년대 미국영화들이 전성기였으니까. 당시의 고전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 수작이다. 이 영화가 너무 빨리 간판을 내린게 아쉽다. 재개봉 안해주나?




10.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Tomas Alfredson, France, UK, Germany, 2011)

<렛미인>의 감독의 신작이라 기대감에 봤었는데, 처음 봤을때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몰랐다. 촬영이 너무 좋고, 배우들이 너무 좋아, 한번 더 보자고 해서 봤을때, 이 영화의 진가를 느꼈다. <아르고>와는 또다른 느낌의 70년대 색깔이다. 이 영화의 색깔은 그저 매혹적이다. 스웨덴 감독이 영국 최고의 스파이물을 만들었다는게 독특하다. 당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마존에서 같은 원작을 소재로 한 미니시리즈물도 주문했는데, 비교할겸 보기 시작해야겠다. 물론, 이 영화도 블루레이로 주문해야겠지? ^^




이상 올해 내가 가장 즐겨본 10편의 영화다. 물론 매년 그렇지만, 10편으로 부족함을 느낀다. 또 그때 그때 느낌이 달라 매번 좋아하는 영화들이 바뀔 수도 있으니, 다음 10편은 위의 영화들 못지 않게 내가 즐겨본 영화들임을 알린다.


버니 (Richard Linklater, USA, 2011)
신의 소녀들 (Cristian Mungiu, RomaniaFranceBelgium, 2012)
디센던트 (Alexander Payne, USA, 2011) 
엔드 오브 왓치 (David Ayer, USA, 2012)
또 다른 전쟁 (Kirby Dick, USA, 2012)
범죄와의 전쟁 (Yoon Jong Bin, Korea, 2012)
남영동 1985 (Jung Ji Young, Korea, 2012)
스카이폴 (Sam Mendes, UK, USA, 2012)
우리도 사랑일까 (Sarah Polley, Canada, Spain, Japan, 2011)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Alain Resnais, France, Germany,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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