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린이날... 혼자서 시네마테크에 가서 닥터 지바고를 봤다. 고등학교였나? TV에서 방영한 걸 처음 보고, 줄리 크리스티한테 푹 빠진 게 엇그제 같았는데, 이제 불혹의 나이에 큰 스크린으로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CG가 없었던 시절에 실제로 수천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하고, 영화 만드는 방식이 달랐던 시절. 싸이월드다 문자다, 페이스북이다 하는 시절에 40여년전 영화를 보는 느낌은 참 묘하다. 뭔가 구식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영원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영화 속의 감성. 데이빗 린 감독 영화속에 항상 들어있는 주제가 있다. 인간의 존엄성 혹은 품위. Decency라는 영어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데, 그 느낌을 항상 받는다.

시니컬한 세상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decency는 항상 갈구하는 것이다. 빌리 와일더 영화를 보면서도 느끼는 점. 자주 잊고 사는 지점이다. 그것이 내 인생의 목표, 혹은 이정표다. Decency를 갈구하며 사는 것.

지금 데이빗 린 회고전이 조용히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되고 있다. 5월17일까지.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콰이강의 다리 같은 대작뿐만 아니라, 그의 초기작들도 접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절대 놓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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