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영화 992.

맥월드.

영화인으로서는 맥월드라는 이벤트는 무슨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장비 엑스포처럼 멀리 느껴지는 행사다. 그래서 그런지, 그 이벤트에서 내가 아이폰으로 만든 영화를 보여주고, 거기에 대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이 아직까지 믿겨지질 않고, 생소하게 느껴진다.

http://www.macworldiworld.com/ifan/film/

현재, 2012년 맥월드 박람회에서 첫 소개될 단편영화 한편을 준비중이다. 다른 할 일들이 무지 많지만, 짬짬히 이 작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벤트는 이제 3주도 채 안남았는데, 아직 찍지를 않았다. 원래 벼락치기에 능숙해서 그런가? 생각해보면 미친 짓이다. 제작비 펀딩도 다 이뤄지지 않은 상태. 무슨 배짱으로 난 여유로워 하나? 괜한 자신감? 비현실적인 낙천주의? 아니, 왜 이 고생을 해가며 이 영화를 만들려고 하지?

어쩜 영화를 만든다는 과정처럼 신나고 흥분되는 경험도 드물다. 그리고 수많은 관객 앞에서 내가 만든 이야기를 튼다는 기대감? 하지만 무엇보다도 새로운 업계에 대한 경험이 날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를 하는 나지만, 파라마운트나 유니버셜보단, 애플, 구글, 페이스북 같은 이름들이 훨씬 더 매력적이고 관심이 간다. 나뿐만은 아닐테다. 비록 내가 IT업계에서 일하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테크놀러지가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난 많은 공부를 하고 있고,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첫 맥월드 경험은 왠지 그 세계에 대한 작은 다리 역할을 하는게 아닌가 싶다. 새로운 모험에 대한 나의 끊임없는 갈구는 여전하고.

만드려는 단편의 제목은 992. 스티브 잡스가 신어서 유명해진 뉴발란스 운동화 모델명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영화는 잡스에 대한 오마주가 다분하다. 그렇다고 잡스 찬양가는 아니다. 재미난 스토리에 캐릭터들을 경험할 수 있는 경쾌한 코미디를 만드려는 것이다.

좋은 배우들이 이 영화를 할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고맙기도 하다. 또,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촬영한 신진 촬영감독이 찍게 되어서 더더욱 기쁘다. 그의 이름은 김현석. 이창동 감독님의 "시"와 우니 르꽁트 감독의 "여행자"를 찍었다. 이 작은 영화에, 아니 이 쪼그만 영화에 그들이 참여한다는게 참 고맙기만 하다. 그리고 나의 친구들이 나를 많이 도와주고 있어서 난 그저 축복받았다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아무튼 이 영화로 내가 돈을 버는 것도, 상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는 기대감만으로 난 이미 행복을 느끼고 있다. 자, 이제 전투는 시작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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