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천국?
대한민국엔 영화제가 많다. 부산, 전주, 부천, 광주, 제천, 충무로를 비롯해, 여성영화제, 인권영화제, 디지털 영화제 등 영화제가 넘쳐 흐르는 나라. 영화팬들에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선물이다. 전세계의 영화들을 골고루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대부분의 영화들은 한국에서 극장개봉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제가 너무 많다라는 생각 안드는가? 문제는 영화제가 많다보니, 전문 영화제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실력도 되지않는 이들이 프로그래밍서부터 영화제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라는 점. 영화제의 생명은 프로그래밍이다. 좋은 영화 선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영화제의 성패가 달려있다. 부천은 지역적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영화제로 성장했다. 우선, 그들의 장르 영화 선정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영화제의 홍수는 프로그래밍에도 손실이 갈 수도 있다. 외국영화인의 입장에선 부산을 제외하곤, 어느 영화제에 가야 할지 아마 알 길이 없을 것이다. 나를 초대해주는 쪽? 어제 충무로 영화제의 깜짝 상영이 "매드 디텍티브"를 얘길 듣고 어이없어 웃어버렸다. 작년 영화제에 출품되었고, 이미 DVD로 출시된 영화. 아무리 고전도 트는 영화제라고 하지만, 너무 한 거 아닌가? 진짜 이게 "깜짝"의 의미였는가? 추측컨데, 꽤 큰 작품을 물어올려다가, 여의치 않아, 이 영화를 튼 것 같다. 차라리 개막작을 다시 틀던지. 다른 영화제 카달로그만 들춰봐선 프로그래밍을 할 수 없다. 세일즈 에이전트를 많이 알아야 하고, 제작자, 감독들과의 인맥도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충무로 영화제의 규모나 가능성을 놓고 보면, 올해의 프로그램은 어질어질했어야(?) 한다. 9월인지 10월에 개봉하는 Inglourious Basterds같은 영화 아시아 프리미어를 하면서 쿠엔틴 타란티노를 부르던지. 암튼 우리나라엔 영화제가 너무 많다.